프랑스 파리 본사에서 직접 수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던 700만 원대 명품 가방이 실제로는 국내 사설 수선 업체에서 작업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린 명품 브랜드의 불투명한 수리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14일 관련 보도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2016년 부산 해운대 소재 한 백화점 내 디올 매장을 방문해 가을·겨울 시즌 런웨이 쇼라인 가방을 약 700만 원에 구매했다. 당시 매장 직원은 해당 제품이 국내에 단 한 점밖에 들어오지 않은 희소한 상품이라고 설명했으며, A씨는 이를 그대로 믿고 구매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약 8년간 해당 가방을 소중히 사용해온 A씨는 비즈 장식 일부가 탈락하자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내 디올 매장에 수리를 의뢰했다. 당시 매장 직원은 해당 제품이 희귀 상품인 만큼 비즈 여분이 파리 본사에만 보관돼 있어 현지로 직접 발송해 수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수리 기간은 당초 안내와는 달리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늘어졌다. 수개월이면 완료될 것이라는 설명과는 정반대로 1년이 넘도록 가방은 A씨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A씨가 지난 2월 24일 강하게 항의 의사를 전달하자 매장 측은 "파리에서 곧 도착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다음 날 갑작스럽게 수리가 완료됐다며 가방을 돌려주는 상황이 벌어졌다.
불과 하루 만에 수리가 마무리됐다는 사실에 강한 의구심을 품은 A씨는 이후 SNS를 통해 예상치 못한 결정적인 단서를 우연히 발견하게 됐다. 지난 3월 16일 국내의 한 사설 수선 업체가 SNS 계정에 게시한 '디올 레이디백 떨어진 장식 수선' 영상에는 A씨 가방과 동일한 디자인의 제품 비즈를 수선하는 전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영상에 담긴 수선 방식이었다. 기존에 부착돼 있던 비즈를 제거한 뒤 눈에 잘 띄지 않는 다른 부위로 옮겨 재부착하는 이른바 '임의 수리' 정황이 영상 속에 포함돼 있었으며,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A씨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디올 매장 측의 설명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파리 본사에서 직접 수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가, 이후에는 본사에서 비즈 부품을 공수받아 국내 아틀리에에서 작업했다는 취지로 입장을 번복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가 수리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작업지시서와 국제 운송 송장 등의 관련 서류를 공식적으로 요구했으나, 매장 측은 끝내 이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류 제출 거부는 투명한 수리 과정에 대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A씨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가방이 어느 곳에 보관됐으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조차 전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화가 난다"며 깊은 분노를 토로했다. 아울러 "현재로서는 제품이 본래의 진품 상태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A씨는 현재 법무법인 평정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디올 측에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본격적인 법적 대응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대리 법무법인 측은 명품 브랜드가 소비자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규정하며, 소비자 권익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 차원에서 민형사상 대응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디올 측이 수리 과정과 관련해 소비자를 기망한 정황이 사실로 인정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물론 형사상 재물손괴 혐의까지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법리적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법적 책임의 범위가 상당한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디올 측은 현재 A씨에게 해당 가방을 파리 본사로 재발송해 재수리를 진행하거나, 이를 원하지 않을 경우 환불 조치를 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 측이 이러한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으로, 향후 법적 절차의 진행 방향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