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10명 중 8명 이상이 학부모 민원을 여전히 직접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교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전국 전교조 분회장 1181명을 대상으로 민원창구 단일화 안착을 위한 학교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교사 개인이 민원을 직접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이 83.0%에 달해 민원창구 단일화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됐다. 학교장이 교직원과 보호자에게 민원창구 단일화 관련 안내를 실시했다는 응답은 44.8%에 불과했으며 민원대응팀이 민원을 우선 접수해 처리하고 있다는 비율도 19.0%에 그쳤다.

민원창구 단일화를 위해 개인 연락처 및 SNS 노출을 금지해야 하지만 주변의 요구로 원치 않는 소통 앱인 밴드와 하이클래스 등을 사용하고 있다는 비율이 유치원에서는 64.2%, 초등학교에서도 3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크림 도포 요청이나 사적 생일파티 금지 요구 같은 황당한 민원부터 "애 아빠가 화가 많이 났다", "아는 사람 중에 교육 쪽에서 높은 사람이 많다", "기자 만나려다가 참는다", "고소하겠다"는 등의 노골적인 압박과 협박성 민원 사례도 다수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당국의 악성민원 대책으로 교사가 보호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76.9%가 그렇지 않다 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원인으로는 보호자가 정해진 절차를 따르지 않음이 56.7%로 가장 높았으며 민원대응팀의 불명확한 역할 분담 48.8%, 해당 교사에게 민원 처리 전가 45.2%, 민원대응팀의 소극적인 태도 33.2% 순으로 나타났다.

악성민원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는 악성민원인과 교사의 직접 대응 원천 차단이 67.9%로 가장 높은 선택을 받았다. 이어 보호자의 학교 신뢰 및 부당한 간섭 지양 56.6%, 교육지원청 차원의 악성민원 직접 대응 55.7%, 학교 관리자의 민원 전담 처리 49.9% 순이었다. 교육부가 시범 운영 중인 온라인 민원접수 시스템 이어드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41.0%,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35.1%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민원 대응 과정에서 우울, 불안, 불면, 무기력감 등 정신적·심리적 고통을 경험한 교사는 78.8%에 달했으며 악성 민원에 대한 두려움으로 교육활동이 위축됐다는 응답도 84.2%에 이르렀다.

전교조는 "하이클래스 등 민간 소통 앱이 학교 공식 창구로 둔갑해 교사들을 24시간 민원에 노출시키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에도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교사를 완전히 격리할 물리적·기술적 차단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어 "담임 및 교과 교사 개인에게 민원 대응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민원대응팀을 학교 관리자 책임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시도교육청 단위에서도 현장 교사들의 고충 실태에 기민하게 응답할 수 있는 신고센터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