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국민 세금으로 이루어진 해외 출장에 배우자를 세 차례나 동반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세상에 드러난 가운데, 노 전 위원장이 국회 국정조사 자리에 직접 출석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공세적인 여야 의원들의 집중 질타를 정면으로 받아야 했다. 앞서 SBS는 단독 보도를 통해 노 전 위원장이 국고로 지원되는 해외 출장에 배우자를 동반해 세 차례 함께 출국했으며, 선관위 측이 이러한 부부동반 사실을 외부에 의도적으로 숨겨왔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 보도가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자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노 전 위원장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민주당 김남희 의원은 "위원장 배우자의 출장 동행에 쓰인 왕복 비행기표 값만 1200만원에 달한다"며 "이런 비용은 조금도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투표용지 비용은 아껴야 할 예산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날카롭게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역시 "노태악 위원장이 배우자를 대동하고 해외에 나가 사실상 휴양지를 돌아다닌 것이 지금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핵심 아니냐"며 강한 어조로 질책했다.

특히 이번 해외 출장의 시기적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노 전 위원장이 배우자와 함께 독일과 에스토니아를 방문한 시점이 감사원이 선관위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집중 감사하던 2024년 무렵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기적으로도 전혀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내부적으로 심각한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져 감사를 받는 민감한 시점에 공직자가 배우자와 함께 해외로 출장을 떠났다는 것은 공직자로서의 기본적인 윤리 감각마저 결여된 것이라는 지적이 의원들 사이에서 잇따랐다.

이에 대해 노 전 위원장은 5부 요인에 해당하는 고위 공직자에게는 배우자 동반 출장 예산이 이미 공식적으로 편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가능한 출장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곧이어 "지금의 관점에서 돌아보면 국민들에게 그렇게 비춰지는 부분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나아가 "해외 출장에 쓰인 비용을 반환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비용 반납 의사까지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논란은 노 전 위원장 개인의 배우자 동반 출장에 그치지 않았다. 선관위 소속 직원들이 다녀온 해외 출장의 목적지 또한 도마 위에 오르며 외유성 출장 의혹이 함께 제기됐다.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선관위 직원들이 공무 출장 명목으로 방문한 해외 지역 목록에 몰디브, 코타키나발루, 이탈리아 피렌체 등 누가 봐도 업무와는 거리가 먼 세계적인 휴양지와 관광 명소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양부남 의원은 "해외 출장 관련 사례를 그동안 많이 들여다봤지만 이런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어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정작 투표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나라를 본 적이 있느냐"고 되물으며 선관위 본연의 업무 책임을 외면한 채 관광성 출장에 예산을 낭비했다는 점을 정면으로 꼬집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국민의힘은 노 전 위원장과 선관위 관련자들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 기관에 정식 고발하는 강수를 두었다. 단순한 도덕적 비판을 넘어 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안이 법적 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공직자의 공금 사용 문제가 국민적 공분과 맞물리면서 선관위를 향한 신뢰 추락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