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통해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가며 사회적 충격을 안긴 이른바 '수원 마약 좀비' 영상의 주인공인 30대 남성이 경찰 수사망에 결국 덜미를 잡혔다. 대낮 아파트 단지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마약에 취한 채 비틀거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지 불과 이틀 만에 신병이 확보된 것이다.

경기 수원권선경찰서는 23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긴급 체포했다고 공식 밝혔다. 단순한 신고 접수가 아닌 경찰 스스로 온라인에 퍼진 영상을 인지하고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해 검거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SNS가 수사의 단서로 활용된 이례적인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1일 낮 12시 30분께 수원시 권선구 소재 한 아파트 단지 버스정류장 인근 도로에서 필로폰을 미리 투약한 상태로 아무런 목적지도 없이 배회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낮의 주택가 한복판에서 마약 기운에 완전히 취한 채 거리를 헤매는 모습이 목격자의 눈에 띄면서 사건은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됐다.

당시 현장을 우연히 지나치다 이 광경을 목도한 한 시민이 A씨의 이상 행동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자신의 SNS 계정에 게시했고, 영상은 순식간에 온라인 전반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영상 속 A씨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허리를 깊숙이 구부린 채 양팔을 힘없이 축 늘어뜨리고, 중심을 잡지 못한 듯 몸을 좌우로 느리게 비틀거리는 행동을 반복했다. 주변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듯한 멍한 표정과 기이한 몸짓이 더해지면서 영상을 접한 이들에게 깊은 충격과 공포감을 안겼다.

해당 영상이 폭발적으로 확산된 데는 최근 해외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급부상한 이른바 '펜타닐 좀비' 현상과의 유사성이 크게 작용했다. 펜타닐 좀비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에 중독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거나 쓰러지는 등 좀비를 연상케 하는 행동을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특히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필라델피아 등 대도시, 그리고 호주 일부 지역에서 이 같은 장면이 잇따라 목격되며 국제 사회의 큰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포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여론이 크게 들썩였다.

영상을 직접 촬영해 올린 목격자는 게시글을 통해 "설마 우리 동네 버스정류장에서 이런 광경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당시 느꼈던 생생한 공포와 황당함을 고스란히 전했다. 이를 접한 수많은 누리꾼들도 저마다 충격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뒷골목 영상에서나 봤던 장면인데 이게 한국 주택가에서 찍힌 거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호주에서 마약 문제로 나라 전체가 떠들썩한 뉴스를 봤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 것이냐", "대낮에 아파트 단지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너무 무섭다"는 등의 반응이 잇따르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달궜다. 일부에서는 한국 사회의 마약 문제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높아졌다.

경찰은 이날 이른 오전 7시께 온라인에 급속도로 확산 중인 해당 영상을 자체적으로 인지하고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인근 지역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수십여 대의 영상을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현장 일대에 대한 탐문수사도 병행하며 용의자의 행방을 집중적으로 추적했다. 그로부터 약 3시간 30분이 지난 오전 10시 30분께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현장 부근을 수색하던 중 영상 속 인물과 체형 및 의복 등 인상착의가 눈에 띄게 유사한 A씨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A씨를 즉시 임의동행 형태로 확보한 뒤 현장에서 마약 간이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필로폰 양성 반응이 선명하게 나타나자 경찰은 지체 없이 A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다만 A씨의 신체와 소지품을 꼼꼼히 확인한 결과 필로폰이나 펜타닐 등 마약류 자체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밝혔다. 이미 투약을 마친 상태였거나 사전에 처분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마약 입수 경로와 은닉 여부에 대한 수사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현재 A씨를 상대로 마약을 어떤 경로를 통해 구입했는지, 정확한 투약 시점은 언제인지, 공범이나 공급책이 존재하는지 등 사건의 구체적인 전말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아울러 A씨의 마약 투약 전력 및 상습성 여부도 면밀히 들여다보는 한편, 신병 확보를 위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