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윤기의 아버지가 성범죄 목적 살해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를 훼손하고 폐기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가 형법상 친족 특례 조항에 따라 처벌을 면했다는 점이다.

1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장윤기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사건을 보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장윤기가 구속된 이후 원룸에 있던 리얼돌과 휴대전화 등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조사 결과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원룸에 직접 들어가 리얼돌 여러 개와 장윤기 명의 휴대전화를 가져가 폐기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리얼돌은 검찰이 장윤기의 범행 목적을 성범죄로 판단한 핵심 증거 중 하나였다. 경찰의 원룸 압수수색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리얼돌 목 부위 등에 흉기로 훼손한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윤기의 아버지는 리얼돌을 여러 조각으로 절단한 뒤 복수의 장소에 나눠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경찰이 확보한 압수수색 영상 등을 토대로 증거를 복원했고 이를 근거로 경찰이 살인 혐의로 송치한 사건을 강간 등 살인 혐의로 변경해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장윤기의 아버지를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하지 않았다. 형법 제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4항의 친족 특례 조항이 적용돼 처벌을 피하게 된 것이다. 이 조항이 현직 경찰관에게까지 적용된 것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광주 광산구에서 귀가하던 이채원 양(17)을 흉기로 살해하고 이를 말리던 남학생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직장 동료를 감금·성폭행한 혐의와 사회복무요원 시절 아동을 불법 촬영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은 장윤기가 평소 여성 대상 성범죄를 언급한 점과 이전 성범죄 전력, 범행 당시 정황 등을 종합해 성범죄 목적 살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열린 첫 재판에서 장윤기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강간의 고의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