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탄핵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공개된 지 불과 나흘 만에 심사 기준 인원을 훌쩍 넘어서며 14만 명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 정치권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단기간에 이토록 많은 시민이 청원에 동참했다는 사실 자체가 현 국방부 수장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우려가 상당한 수위에 이르렀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공개된 '안규백 국방부장관 탄핵에 관한 청원'은 23일 오후 11시 46분을 기준으로 14만 명을 훌쩍 넘어서는 동의 인원을 기록했다. 해당 청원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18일로, 국민동의청원 제도의 심사 회부 기준인 공개 후 30일 이내 5만 명 동의라는 조건을 불과 나흘 만에 가뿐히 충족했다. 이미 기준 인원의 두 배를 훨씬 웃도는 참여가 이루어진 만큼 해당 청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어 본격적인 심사 절차를 밟게 될 예정이다.
청원인이 탄핵 요구의 핵심 근거로 가장 먼저 제시한 사안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 추진 문제다. 청원인은 국방부가 기존 방첩사령부가 단일 조직으로 수행해온 기능들을 여러 기관으로 분산하는 방향의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되고 유지되어 온 군 방첩 체계에 이처럼 근본적이고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인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면밀한 검토와 외부 전문가 검증 절차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원인은 방첩 기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의 업무 영역을 훨씬 뛰어넘는 국가안보의 핵심 축임을 강조했다. 외국 간첩 활동의 탐지와 차단, 고도로 민감한 군사기밀의 철저한 보호는 물론, 첨단 방위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와 군 내부의 보안 체계 유지에 이르기까지 방첩 조직이 담당하는 역할의 범위는 실로 광범위하고 핵심적이다. 이처럼 국가 존립과 직결된 민감한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의 개편은 그 어느 사안보다도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는 것이 청원인의 논지다.
나아가 청원인은 충분한 사전 검토와 합의 없이 조직을 급격히 축소하거나 기능을 여러 기관으로 분산할 경우, 정보 수집 능력과 신속한 위협 대응 체계에 치명적인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방첩 기능의 분산이 자칫 기관 간 정보 공유의 단절과 책임 소재의 불명확화로 이어져 실질적인 안보 역량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청원에서 두 번째로 제기된 핵심 쟁점은 예비군 훈련 도중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한 국방부의 대응 방식이다. 청원인은 지난달 경기도 포천 제73보병사단에서 발생한 예비군 훈련 중 사망사고와 관련해 사건의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었는지, 그리고 관련 책임자에 대한 책임 추궁이 충분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현역 장병과 예비군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가 마땅히 이행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만큼, 사고 발생의 경위와 당시 안전관리 실태를 보다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청원인은 훈련 과정에서 안전관리 절차나 지침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 또한 명확하고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 정책 전반과 군 운영을 총괄하는 부처의 최고 책임자로서 안규백 장관이 사고 예방 체계 구축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논리다.
청원인은 헌법 제5조에 명시된 국군의 근본적인 임무와 역할도 탄핵 요구의 법적 근거로 함께 거론했다.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라는 헌법적 사명을 수행하는 군을 이끄는 국방부 장관에게는 그에 걸맞은 안보 역량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할 헌법적 책임이 부여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방첩사 개편이 실제 국가 안보 체계에 어떤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국회 차원의 엄격한 검증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원인은 국정조사 및 관련 상임위원회 조사를 통해 방첩사 개편 결정이 내려진 구체적인 경위와 정책 검토 과정의 적절성, 해당 결정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 그리고 예비군 사망사고에 대한 국방부의 대응 과정 전반을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들여다볼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아울러 이러한 조사 결과 헌법이나 관련 법률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한편 이번 청원은 이미 국회 심사 회부 요건을 충족한 상태인 만큼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논의가 전개될지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국민동의청원이 심사 기준 인원을 넘어섰다는 사실이 곧바로 탄핵 절차의 자동 개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탄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회 차원의 별도 검토와 표결 등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다. 청원 동의 인원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향후 국회 안팎에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