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라는 개념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며 주목받아온 정희원 저속노화연구소 대표가 전직 서울아산병원 위촉연구원 신분이었던 A씨를 스토킹 혐의로 정식 고소한 가운데, 양측의 주장과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문자 메시지의 일부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분쟁을 넘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JTBC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정 대표와 A씨가 올해 초반 주고받았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의 상당 부분이 확인되었다. 정 대표 측은 A씨가 일방적으로 신체 접촉을 시도하고 자신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등 전형적인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으로 자행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A씨 측은 오히려 정 대표가 본인에게 성적인 요구를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A씨 측이 증거자료로 제시한 대화 내역을 살펴보면 지난 2월경 정 대표가 '결박', '주인', '장갑과 스타킹의 교차', '정신이 몽롱하다' 등의 성적 뉘앙스가 담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단어들을 사용한 정황이 명확하게 담겨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일반적인 업무 관계나 사적 친분에서 사용하기에는 상당히 부적절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정 대표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 인간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존재이며, 이성적 판단을 관장하는 전두엽보다 본능적 충동을 우선시하는 변연계의 노예가 되는 경향이 있다"는 다소 철학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변연계는 뇌과학 분야에서 감정과 동기, 본능적 욕구를 조절하는 핵심적인 뇌 부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정 대표는 A씨에게 특정 물품을 대신 수령해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메시지도 여러 차례 보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단순한 심부름을 넘어선 성격의 요구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 대표는 A씨와의 대화에서 자신이 직접 집필하고 있는 소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그 소설의 등장인물로 본인과 A씨가 모델이 되어 등장한다고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측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각종 도구들을 실제로 온라인을 통해 주문한 뒤 정 대표가 관련된 행위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A씨는 이러한 요구를 거절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시할 경우 고용 관계의 해지를 암시하는 발언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덧붙이며, 이는 명백한 위력에 의한 성적 요구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지난 4월경 A씨에게 고(故) 장제원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관련된 성폭력 의혹 단독 보도 기사를 공유한 사실도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통해 확인되었다. 이어서 정 대표는 자신을 "시한부 인생 10년"이라는 표현으로 묘사했으며, 장 전 의원의 사망을 다룬 언론 기사도 연이어 A씨에게 전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폭력 의혹으로 인한 사회적 비난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장 전 의원의 사건을 언급하며 자신의 상황을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는 일종의 심리적 압박이나 협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대표 측 법률 대리인은 해당 소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여 작성된 것이며, A씨에 대한 지위에 따른 영향력이나 위력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해명했다. 향후 정확한 사실관계는 경찰과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정 대표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한중은 A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및 공갈미수 혐의로 서울 지방경찰청에 정식으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정 대표는 A씨와 한때 사적으로 일정 수준의 친분 관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A씨가 마사지를 제공해주겠다며 사전에 예약해둔 숙박업소로 자신을 의도적으로 데려간 뒤 수차례에 걸쳐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두 사람 사이에 육체적 관계나 성관계는 일체 없었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해명했다. 이는 단순한 친분 관계였을 뿐 성적 관계로 발전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 대표는 A씨가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지속해왔으며, 자신과 결혼해달라며 현재의 배우자와 이혼까지 요구하는 등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였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이어서 A씨가 심한 폭언을 일삼거나 정 대표의 배우자가 근무하는 직장에 직접 찾아가 협박성 발언을 하는 등 위협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반복했으며, 정 대표가 집필한 저서 『저속노화 마인드셋』의 저작권 지분과 상당한 규모의 금전적 대가를 부당하게 요구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맞서 A씨 측의 법률대리인인 박수진 변호사(법무법인 혜석 소속)는 지난 1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정씨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위치를 악용하여 A씨에게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적 요구를 해왔으며, A씨는 고용 관계의 종료 및 해고에 대한 현실적인 두려움 때문에 이를 거부하거나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어 "이는 사실상 고용주와 피고용인이라는 권력관계를 노골적으로 악용한 지속적이고 은밀한 성적·인격적 침해 행위에 명백히 해당한다"고 단호하게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