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로 잘 알려진 황하나 씨가 지인들에게 마약을 투약해 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되었으나, 1심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으며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과거 마약 범죄로 실형까지 살았던 황 씨는 이번 선고로 다시 한번 사법당국의 처벌을 받게 되었지만, 구속 상태에서는 벗어나게 됐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형사3단독(박준섭 부장판사)은 9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의 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아온 황 씨에게 벌금 4,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황 씨에게 2만 원의 추징금을 함께 명령했다.

이날 법정에서 재판부는 황 씨의 반복된 마약 범행에 대해 무거운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박 부장판사는 선고 공문을 통해 "피고인은 이미 동종 마약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친 상태였다"라며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황 씨가 마약을 직접 주도하거나 다량의 마약을 유통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참작하여 실형 대신 벌금형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지인의 요청에 따라 투약 행위를 도운 수동적인 성격이 강하고, 범행에 사용된 필로폰의 절대적인 양이 비교적 적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범죄의 중대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털어놨다.

아울러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해외 도피 논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참작 요인이 있다고 보았다. 황 씨는 수사가 본격화되자 해외로 출국해 복귀하지 않았으나, 이에 대해 재판부는 "수사를 고의로 회피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극심한 사회적 관심과 그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벗어나려 한 것으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황 씨가 소지하고 있던 남은 필로폰을 추가로 투약하지 않은 점 역시 황 씨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작용했다.

판사의 선고가 내려지고 구속 취소에 따른 석방 명령이 떨어지자, 피고인석에 있던 황 씨는 감정에 복받친 듯 두 손으로 전면을 감싸 쥐고 눈물을 쏟아내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황 씨의 이번 범행은 지난 2023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황 씨는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지인 2명에게 필로폰을 투약할 것을 권유하고, 자신이 직접 주사기를 사용해 이들에게 필로폰을 주사해 준 혐의를 받았다.

이후 함께 범행한 공범 중 한 명의 주거지에 대해 경찰의 압수수색이 집행되자, 황 씨는 바로 다음 날 태국으로 출국하며 수사망을 피했다. 정부 당국이 황 씨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음에도 유랑을 이어가던 황 씨는 캄보디아로 밀입국해 도피 생활을 지속해 왔다. 한참을 숨어 지내던 황 씨는 지난해 말 비로소 자진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정부에 전달했고,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서 한국 국적기에 탑승하자마자 현장에서 체포돼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황 씨가 마약 혐의로 법정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서울 자택 등에서 세 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가 적발돼 2019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처음 사법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반성의 기미 없이 집행유예 기간 도중 또다시 마약에 손을 댄 사실이 드러나면서 2022년 결국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다. 끝내 끊어내지 못한 마약 투약의 굴레 속에서 황 씨는 이번 벌금형 선고로 간신히 수감 생활은 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