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이 풀린 반려견에게 물린 초등학생을 구하기 위해 개를 발로 차서 제압했다가 오히려 견주로부터 거액의 배상을 요구받았다는 황당한 사연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뜨거운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3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개 상해비를 얼마나 물어줘야 할지 조언을 부탁드린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면서 순식간에 수많은 누리꾼들의 시선을 끌었다.
글쓴이 A씨는 전날 횡단보도 앞을 지나다가 목줄이 완전히 풀린 반려견이 인근에 있던 초등학생의 다리를 사납게 물고 놓아주지 않는 아찔한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했다고 밝혔다. 위기 상황을 지켜보던 A씨는 망설임 없이 행동에 나섰다.
A씨는 "개가 아이의 다리를 물고 도저히 놓으려 하지 않아 여러 차례 발로 차서 떼어냈다"며 "당시 개의 입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지만, 아이의 다리가 찢어지고 출혈이 심각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이를 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하는 것이 먼저였다"고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A씨는 자신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인 아이를 직접 병원까지 데려다준 뒤에야 비로소 견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그런데 견주 측의 반응은 A씨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견주 측은 해당 반려견이 스피츠 종이라고 밝히며 사고 이후 동물병원 2차 진료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치료비 약 400만원은 물론 반려견의 생명 가치에 대한 배상과 정신적 위자료까지 A씨에게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A씨가 오히려 막대한 금전적 부담을 떠안게 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A씨는 "공격을 당한 아이는 저와 전혀 면식이 없는 모르는 아이였다"며 "순수하게 위험에 처한 아이를 구하려는 마음 하나로 나섰는데 어느새 제가 가해자가 되어버린 것 같아 너무 걱정된다"고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당시 개를 떼어내기 위해 머리와 배 부위를 3~4차례 가량 발로 찼다"며 "제가 여성이라 힘이 세지 않아 제압하는 데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구체적인 상황을 덧붙였다.
또한 "개를 겨우 떼어낸 뒤에도 개가 한 차례 더 달려드는 바람에 다시 한번 걷어찼고 그제야 개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고 당시의 아찔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A씨는 변호사 상담을 예약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긴급한 위험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었고 완력이 부족해 제압 과정이 길어진 점이 법적으로 참작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전문가의 의견을 구했다.
사연이 온라인에 퍼지자 누리꾼들의 반응은 A씨를 향한 강력한 응원과 지지로 가득 찼다. "스스로를 절대 가해자라고 생각하지 말라. 당신은 사람을 구한 것이다", "정당방위를 인정받으려면 피해 아이의 부모와 함께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다", "애초에 가해를 가한 건 개이고 피해 보상은 당연히 아이가 받아야 한다.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라는 등 A씨를 지지하는 반응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 가운데 일부 법률 지식을 갖춘 누리꾼들은 민법 제735조의 이른바 '긴급사무관리' 규정을 근거로 A씨의 법적 책임이 상당 부분 제한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민법 제735조는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 등에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이 닥쳤을 때 이를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사람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 없이 행동한 경우, 그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목줄이 풀린 반려견이 초등학생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제3자인 A씨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개입한 사례인 만큼 해당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온라인에서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실제 법적 책임 여부는 당시 상황의 긴급성 정도, A씨의 개 제압 행위가 필요한 범위 안에서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과잉 대응으로 볼 여지가 있는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