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광주 광산경찰서가 과거에도 경찰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서 부실하고 강압적인 수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이 법조계에서 제기됐다.

20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한 손수호 변호사는 최근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드러난 초동 수사 부실과 사건 축소 의혹을 언급하며 광산경찰서 지휘부의 조직적인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손 변호사는 "국가수사본부 조사 결과,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살인 사건 다음 날 이미 장윤기가 베트남 국적 여성 스토킹 및 강간 사건의 용의자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담당 수사관이 해당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를 올렸지만 팀장이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성범죄 목적과 연결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의도적인 축소 수사 의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가수사본부는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형사과장이 강간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또 당시 광산경찰서장이 '남양주 사건을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수사팀에 여러 차례 했다는 진술 역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손 변호사는 이 같은 발언이 지난 3월 발생한 남양주 스토킹 보복 살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시 스토킹 가해자가 신고했던 피해자를 살해한 사건으로 대통령이 경찰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고, 담당 경찰서장을 비롯한 관계자 16명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면서 경찰 조직 전체가 상당한 긴장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할 경찰서가 스토킹 범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살인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비판과 문책을 피하기 위해 성범죄와의 연관성을 지우고 일반 살인으로 사건을 처리하려 했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손 변호사는 장윤기의 부친이 전남·광주 지역에서 근무한 경찰 간부라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성범죄 관련 내용을 배제하는 것은 경찰 지휘부 입장에서는 책임을 줄이는 효과가 있고, 피의자인 장윤기와 그의 부친 입장에서도 형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며 "누군가의 청탁이나 부탁이 있었는지, 또는 경찰 내부에서 오래된 봐주기 문화가 작동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거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광산경찰서가 2018년 수사했던 전직 경찰서장 자녀 사건도 사례로 들었다. 당시 한 남성은 여자친구를 감금하고 상해와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구속돼 약 8개월 동안 수감됐지만, 재판 결과 성폭력과 상해 혐의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반면 고소인이었던 전직 경찰서장의 자녀는 상해와 모해위증 혐의가 인정돼 유죄가 확정됐다.

손 변호사는 해당 사건의 수사 과정 역시 강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산경찰서 수사관들이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100차례가 넘는 욕설과 폭언을 했고, '변호사가 와도 소용없다. 우리가 돌려보낼 것'이라는 식의 협박성 발언도 했다는 주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이 법원에 제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의 처리 과정도 문제로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구청에서 제공한 원본 영상은 컬러였지만 경찰은 이를 흑백 영상으로 변환해 증거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본 컬러 영상에서는 여성이 스스로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이 비교적 명확하게 확인되지만, 흑백으로 바뀌면서 차량 전조등 빛이 번져 강제로 태워졌는지 스스로 탑승했는지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며 "국가인권위원회도 당시 경찰이 고소인에게 유리하도록 증거를 왜곡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지적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남성도 지금까지 경찰이 경찰서장 딸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했다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록 당시 수사관들을 상대로 제기된 고소 사건은 최종적으로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지만, 손 변호사는 "경찰서장의 가족이 관련된 사건이라 특혜 수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런 문제가 지금도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 조직 전반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장윤기 사건 수사 축소 의혹은 특정 경찰서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기관 전체의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검찰과 경찰 모두 지휘부 개입 여부와 유착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