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른바 '야차룰'이라 불리는 맨몸 격투 문화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학교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 당국과 경찰은 해당 행위를 단순한 놀이가 아닌 신종 학교폭력의 한 형태로 보고 예방과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야차룰'을 소재로 한 영상들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한 영상에서는 자신을 17세라고 소개한 남학생이 "상대를 크게 다치게 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19세 참가자와 권투 장갑만 착용한 채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담겼다. 참가자들은 서로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몸을 던지는 등 거친 몸싸움을 이어갔으며, 주변에서는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환호하거나 응원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야차룰'은 별도의 경기장이나 안전장비 없이 맨몸으로 격투를 벌이는 방식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참가자들이 서로 합의한 상태에서 싸움을 진행한다는 점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폭력 행위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초·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야차 뜨자"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사용될 정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생들은 이를 놀이 문화나 힘겨루기 정도로 인식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식 자체가 학교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야차룰에는 일반적으로 '격투 과정에서 다치더라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부상을 입더라도 신고를 망설이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격투는 주로 지하주차장이나 골목길 등 외부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장소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는 또래 학생들만 모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위험한 상황을 제지하기보다는 구경하거나 촬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체격이나 힘의 차이가 큰 학생들 사이에서도 '상호 합의'라는 명분 아래 격투가 이뤄질 수 있어, 실제로는 일방적인 폭행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야차룰을 단순한 장난이나 놀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한 중학생은 "친구들끼리 장난처럼 '야차 뜰래?'라는 말을 자주 한다"며 "서로 싸우는 것을 놀이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등학생은 "싸우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를 재미있는 콘텐츠처럼 소비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당사자끼리 합의했다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인식과 달리 야차룰이 학교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직 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은 단순히 힘을 겨루는 과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힘이 강한 학생이 약한 학생을 위협하거나 자신의 우위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학교폭력의 또 다른 형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 당국과 경찰도 야차룰을 신종 학교폭력 유형으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가정통신문을 통해 "상호 합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폭력이 되지 않는다고 잘못 인식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강원 속초경찰서 역시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중심으로 야차룰의 위험성을 알리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예방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국 단위의 예방 교육과 지속적인 홍보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만큼 보다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 전문기관인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는 "온라인 격투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접한 청소년들은 이를 오락이나 서열 경쟁의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와 관계기관이 협력해 관련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교육청과 학교, 학교전담경찰관, 상담기관 등이 함께 개입하는 보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행정학 전문가 역시 "야차룰은 당사자 간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실제 상해가 발생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처벌뿐 아니라 학교와 가정을 중심으로 한 예방교육, 그리고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한 종합적인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