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서 차량이 도착하기 전 사람이 먼저 빈 공간에 들어가 몸으로 자리를 확보하는 이른바 ‘주차 자리 선점’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다른 차량의 주차를 방해하면서 이용자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현행법만으로 이를 직접 제재하거나 처벌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차 공간을 몸으로 막고 비켜주지 않는 사람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사연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사람이 먼저 빈 주차면에 서서 일행의 차량이 도착할 때까지 다른 차량의 진입을 막는 방식이다.
한 작성자는 빈 공간을 발견하고 차량을 주차하려 했지만, 해당 자리에 서 있던 사람이 이를 막아섰다고 전했다. 작성자는 “빈자리에 차를 대려고 했더니 한 사람이 서서 ‘남편 차가 올 예정이니 다른 곳에 주차하라’고 말했다”며 황당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또 다른 누리꾼도 등장했다. 이 누리꾼은 주차 공간에 서 있던 사람이 “차 들어올 건데요”라는 말만 반복하며 자리를 차지했고, 차량이 진입하려는데도 끝까지 비켜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주차장을 먼저 찾은 차량보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일행의 차량을 위해 공간을 확보하는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해당 사연들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 역시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한 누리꾼은 “주차장에서는 먼저 도착한 차량이 자리를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사람이 서 있다고 해서 그 공간이 개인의 주차 자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차량을 위한 공간을 사람이 몸으로 차지하는 행위 자체가 상식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동차가 이용해야 할 주차면을 사람이 먼저 들어가 이른바 ‘알박기’하는 것은 몰상식한 행동”이라며 “관련 법과 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서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사람이 주차 공간에 서서 다른 차량의 진입을 막는 행위를 명확하게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도로교통법은 기본적으로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교통상의 장애를 방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 건물에 마련된 주차장이나 개인 소유의 사유지에서 발생한 자리 선점 행위에는 도로교통법을 곧바로 적용하기 어렵다. 공공도로가 아닌 장소에서 사람이 빈 주차면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처분을 내리기에는 법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촬영됐다고 하더라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주차 공간을 막고 있는 사람을 강제로 이동시키거나, 해당 행위만을 근거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땅하지 않다.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사람이 주차 자리에 서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곧바로 업무방해죄가 인정되기 어렵다. 주차장 관리자의 정상적이고 정당한 업무를 실제로 방해했거나, 그 과정에서 폭행 또는 협박 등의 행위가 동반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 가능성이 생긴다.
법률 전문가는 “사람이 몸으로 주차 공간을 가로막은 행위가 주차장 관리 업무를 직접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평가되거나,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한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는 사람이 주차 공간을 미리 차지하는 선점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사람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차장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다만 해당 개정안은 실제 법률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주차 공간을 몸으로 막는 행위를 둘러싼 이용자 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금지하고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