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의 한 아파트 관리실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으로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아오던 입주민 대표가 끝내 숨지면서 이번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가 모두 3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피의자의 범행 동기와 계획성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45분쯤 대구의 한 화상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50대 여성 A씨가 사망했다. A씨는 방화가 발생한 아파트의 입주민 대표로 사고 당시 관리실 내부에서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중환자 치료를 받아왔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조만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며 부검 결과와 치료 기록 등을 종합해 화재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최종 확인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3일 오전 8시 29분쯤 경북 경산시 한 아파트 관리실에서 발생했다. 관리실 내부에서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불길이 번졌고 순식간에 화염이 확산되면서 관리실 안에 있던 여러 사람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큰 피해를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인 71세 류모 씨는 사건 직전 관리실에서 입주민 대표 등과 아파트 운영 문제를 두고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감정이 격해진 류씨는 지하 창고로 내려가 보관 중이던 인화성 물질 일부를 깡통에 옮겨 담은 뒤 다시 관리실로 돌아와 바닥에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불로 피의자 류씨를 포함해 관리실 안에 있던 입주민 대표와 경비원, 관리실 직원, 주민 등 모두 8명이 전신 화상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이 신속하게 진화와 구조에 나섰지만 피해 규모는 매우 컸으며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과 화상 전문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50대 주민과 50대 관리실 직원이 잇따라 숨진 데 이어 입주민 대표 A씨까지 끝내 사망하면서 사망자는 3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나머지 부상자 가운데 1명도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져 추가 인명 피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류씨를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류씨 역시 범행 과정에서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어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의식은 있지만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운 상태여서 아직 본격적인 피의자 조사는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류씨의 건강 상태가 회복되는 대로 대면 조사를 실시해 범행 동기와 계획성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은 특히 류씨가 아파트 운영과 관리 문제를 둘러싸고 관리실 측과 오랜 기간 갈등을 겪어온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 결과 입주민 대표 A씨 등 특정인을 겨냥해 보복 목적으로 계획적인 방화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될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여부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수사당국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와 아파트 CCTV 영상, 현장 감식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사건 전후 상황을 면밀히 재구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