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시피주에서 백인 친구들과 함께 독립기념일 연휴 여행을 떠났다가 숨진 흑인 대학생 놀런 웰스(18)의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이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수사가 장기간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유족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은 미시시피주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인종 문제까지 다시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하던 웰스는 지난달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를 맞아 백인 친구 3명과 함께 미시시피주 해안에서 약 16㎞ 떨어진 무인도인 혼(Horn) 섬으로 보트 여행을 떠났다. 평범한 휴가 일정으로 시작된 여행은 하루 만에 실종 사건으로 바뀌었고, 이후 그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당시 친구들은 오후 5시 44분쯤 육지로 돌아왔지만 웰스는 함께 돌아오지 않았다. 이틀 뒤 구조 당국은 혼 섬 인근 해안에서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 초기 조사에서 친구들은 "웰스가 섬에서 처음 보는 여성과 함께 있었고, 이후 혼자 남겠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현지 보안관은 현재까지 확인된 정황상 범죄를 의심할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들은 수사 초기부터 여러 의문점을 제기하며 경찰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단순 사고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 가족들의 주장이다.

특히 유족은 웰스의 휴대전화 상태를 가장 큰 의문점으로 지목했다. 사고 당일 촬영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과 영상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는 것이다. 가족 측은 누군가 휴대전화에 접근해 관련 기록을 삭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을 대리하는 변호사 벤 크럼프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다른 방식으로 수사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망한 사람이 백인 청년이고 생존한 친구들이 흑인 세 명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사건이 처리됐겠느냐"며 수사의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인종적 배경이 수사 방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미시시피주 검시관실은 지난달 31일 웰스 시신에 대한 공식 부검 절차를 마쳤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유족은 지역 사법당국을 신뢰할 수 없다며 시신을 워싱턴으로 옮겨 별도의 독립 부검을 의뢰했다. 하지만 ABC뉴스에 따르면 독립 부검에서도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소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당시 함께 여행했던 친구들은 자신들이 웰스의 사망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또한 휴대전화를 조작하거나 데이터를 삭제한 사실도 전면 부인했다. CNN은 사고가 발생한 혼 섬 인근 해역은 조류가 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상과 해류 조건에 따라 인명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는 곳이라는 점도 함께 전했다.

사건이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이어지고 있다. 웰스의 유족뿐 아니라 함께 여행했던 친구들 역시 온라인상에서 각종 비난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친구 가운데 한 명의 어머니가 현직 판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온라인을 통해 퍼졌고, 이 과정에서 해당 가족은 살해 협박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미시시피주의 역사적 배경과도 맞물려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미시시피주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폐지를 반대했던 남부연합에 속했던 지역으로, 오랫동안 인종차별 문제가 깊게 남아 있었던 곳으로 평가된다. 1955년에는 14세 흑인 소년 에밋 틸이 백인 여성을 희롱했다는 이유만으로 백인 남성들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당시 백인들로만 구성된 배심원단은 가해자들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무죄 평결을 내려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처럼 미시시피는 인종 문제와 사법 정의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돼 온 지역인 만큼, 웰스 사건 역시 단순한 익사 사고를 넘어 인종과 사법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논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유족들은 명확한 사망 원인이 규명되고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독립적인 조사와 투명한 수사를 계속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지 수사기관 역시 추가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