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선수진을 보유하고도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홍명보 전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30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SNS에는 '홍명보 때문에 화가 나서 만든 위로 영상'이라는 제목의 AI 합성 영상이 빠르게 번지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해당 영상은 국가대표 미드필더 옌스 카스트로프가 벤치에 앉아 있는 홍 전 감독에게 다가가 고성을 지른 뒤 뒤통수를 가격하는 장면을 AI 기술로 합성한 것으로, 공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회수가 1000만 회에 육박했고 댓글 수도 1만 개를 훌쩍 넘어섰다.

영상을 제작한 A씨는 AI로 만들어진 창작 콘텐츠임을 명시한 뒤, 옌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하며 왜 불렀냐고 따지는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시간 채팅창이 홍명보를 향한 분노로 도배되고 있으며, 홍 전 감독의 사과 기자회견 한 줄 한 줄마다 성난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옌스 카스트로프의 이름이 분노의 아이콘처럼 소비되는 데에는 이번 대회에서의 기용 문제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옌스는 지난해 9월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이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홍 전 감독은 그를 좀처럼 기용하지 않았다. 조별리그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는 출전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고, 월드컵 A매치 9경기 가운데 선발 출전은 단 3경기에 그쳤다. 결국 조별리그 최종전인 남아프리카공화국전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되며 뒤늦게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지만, 한국은 0-1로 패하며 조별리그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옌스는 지난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아쉬운 결과였다며, 꿈꿔온 월드컵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결코 잊지 못할 여정이었다는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분노의 표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부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국가대표 경기 때마다 사용되는 애국가 영상 속에 삽입된 2002 한일 월드컵 8강 승부차기 승리 후 홍 전 감독의 세리머니 장면을 아예 삭제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해당 주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팬 B씨는 SNS를 통해 그 장면 때문에 홍명보가 위아래를 모르고 행동한다며, 스스로를 이순신 장군과 같은 반열에 놓고 있는 것 같다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한편 30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홍 전 감독이 모습을 드러내자 대기하고 있던 팬들은 홍명보 나가라는 구호와 함께 한국 축구를 망쳤다는 격한 야유를 쏟아내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자진 사퇴라는 결단을 내렸음에도 민심의 화살이 식기는커녕 더욱 날카로워지는 양상 속에서, 한국 축구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고 새로운 출발점을 마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